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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ng Still

의형제 Bloody Brother


배신자랍시구 전향한 간첩인지 귀순자인지 처단하는 것도,
한낮인 것도,
아파트 단지에서 총질하는 것도, 좋다고 치자.
국정원 멤버들이 마구 총 맞고, 죽고, 쓰러지는 것도 좋다고 치자.
그런데, 이미 억지스럽지 않나?
아무리 상상력의 산물인 영화라고 한다지만 이건 아닌 것 같다.

공사장에서 베트남 인부들과 쌈박질하면서 그 두목인, 원래의 목적인, 놈은 그냥 두고
곁다리에 신경 쓰다가 그냥 보낸다? 그리고 스리슬쩍 넘어간다? 그리고는 부하로 삼는다?
그렇다면 왜 그 인간을 보여주는데? 
그것도 모자라, 자신은 간첩을 알아 볼 수 있어도 상대편은 모를 것이라고 확신한다?
도대체가 감독의 의도대로만 굴러가려 해서 짜증이 났다.
송강호의 연기는 좋아하지만, 마치 시간 떼우듯 코미디를 하려는 모습은 누구의 의도였든 불쾌하기까지 하다.
의형제를 보여주려 하기보다 말도 안되는 상황연출을 위해 끌고 가는 것만 같아 보고 나서도 찝찝하다.

실망이다.
설사 내가 우리영화를 지엽적인 것 때문에 전체적 메시지나 그 본질을 호도한다 해도 좋고,
상업영화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다해도 좋고,
남들이 다 좋다고 하는 것에 아니라고 반기를 든다해도 좋다.
누구나 그렇듯, 아닌 건 아닌거다.

남북대치상황에서의 고정간첩과 전직 정보요원간의 한지붕 동거.
말도 안 되는 상황일 수 있지만 송강호식으로 그나마 잘 풀었으되
북의 가족을 탈출시키려 한다는 것, 즉 가족이라는 것 하나만으로 의심을 의리로 너무 쉽게 바꾼 것 아닐지...
만약, 현재의 국정원 요원들이 그렇다면 완전 물갈이해야 하지 않을까?

왜? 뒤집어 생각하면 답이 나온다.
홀홀단신으로 귀순 혹은 월남한 이는 그렇다면 가족을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인가?
북한에 남은 가족을 한국 혹은 제3국으로 빼내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인간적이지 않다가 되는가?
그런 사람은 용서할 필요가 없다?
그런 섣부른 감정상태로 천안함사건과 항상 끌려다니는 수동적 남북관계를 이루고 있는 건 아닐까?
아쉽다.

그리고, 영화 속에 녹아든 그들의 두번째 직업인 사람찾기에 대해서도 할 말 많다.
북한의 가족을 생각하는 송지원[강동원]은 베트남 이주노동자에 대해 돈보다는 인간적인 대우를 생각하고
국정원 출신 이한규[송강호]는 '찾았다'는 목적달성만을 생각한다.
그에게는 현재의 직업에 다름 아닌 것이고, 가족 부양의 수단일 뿐인 것이니 생산성을 위해 비인간적이 되어야 한다.
그러면서도 찾는 과정 중에는 이한규식보다는 송지원식이 더 효과적이라는 공식을 은근히 보여주는데
그것은 바로 북한식 점조직 색출이 더 효율적이고 시간절약이라는 것 밖에 더 있는가?
그런데도 그 선택의 결론은 인간성이라?
일단 빨리 찾아 놓고 인간적으로 대하자가 되는 것인데 과연 바람직한 출발과 결론일 수 있는 것인지?
어떤 식으로건 찾는다는 것은 결국 돈벌이로서의 목적에 동의한 것인데
거기에 덧붙여 인간적인 면을 부각시켜 (미리 정해진) 영화의 결론을 짜맞추려 한다는 결과 밖에 되지 않는다.

종합하자면,
어중이떠중이 이한규式보다 효율성과 인간적인 면을 겸비한 송지원式이 더 낫다는 것을 가르치며
관객에게 은근히 그를 따르도록 하는 것이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송강호와 강동원의 배역이 바뀌었어야 더 적절해 보이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