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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ng Still

야간열차의 남자-기묘한 이야기 2002

승객이 많지 않은 야간열차에 한 남자가 오른다.
새로운 승객에 대한 호기심으로 쳐다보던 다른이들이 모두 눈길을 돌린 후, 남자는 한쪽켠에 자리잡고 비닐봉투를 연다.
거기서 도시락을 꺼내고는 밥의 배분은 어떻게 할지,  메인인 돈까스와 오징어링 튀김 중 무엇을 제일 나중에 먹을 것인지 정한 그는 오징어링 튀김 생각에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나무젓가락이 정확하게 2등분되지 않거나 콩 한알이 떨어지자 순간 놀라지만 이내 평정을 되찾고는 반찬을 하나씩 먹어보고, 소스도 뿌려 가며 열차내의 상황에는 신경도 쓰지 않고 그 맛을 음미한다.  

꼬맹이가 밀친 것 때문에 위치가 바뀐 소스로 인해 제대로 된 맛을 보지 못함을 안타까워하며 그는 오징어링 튀김을 들고 가난했던 어린시절 자신에게 오징어링 튀김을 준 소녀와 그 맛을 떠올리며 서서히 튀김에 입을 가져간다.


눈물을 글썽이며 오징어링 튀김을 맛보던 그는 이내 젓가락을 내려 놓는다.

그것은 오징어링 튀김이 아닌 다마네기...


으하하하하...
사실 튀김의 내용물을 갈라 보거나 먹어 보지 않는 다음에야 알 수 없지만 얼마나 허무했을까?
게다가 남자는 그것이 어린시절의 추억이 깃든 오징어링 튀김이라 생각했기에 일부러 마지막에 먹게 된 것인데...

그런 아련한 추억 속의 음식은 많은 설레임과 기대를 주지만 결국 그 맛이 아닐 때에는 큰 실망을 주는 것이 사실이다.
어린시절, 봄이면 엄마가 해 주시던 쑥범벅과 쑥떡이나 어렵사리 찾아간 뒷골목 칼국수집에 대한 기억이 있는 나로서도
기억 속 그맛이 아니면 일단 실망하며 젓가락을 잠시 내려 놓았었는데...
폭염, 무더위...라는 말 속에 처음으로 입맛을 잃은 요즘, 그런 추억 속의 음식을 먹어보면 정말 좋을 것 같다.
종로3가로 가서 해물칼국수를 먹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