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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보는 세상/이땅 곳곳

구봉도...한적함 속의 파도소리

여러해 만에 시화방조제를 건너 대부도로 향한다.
더운 여름날의 왠지 모를 그리움은 해안끝을 보고 싶게 만든다.
시원한 바람과 속절없이 철썩이는 파도, 무심한 듯 날아가는 갈매기...
발걸음은 끝인 줄 알면서도 그 끝을 알지 못했던 구봉도로 이끌었고 그곳에서 몇 시간을 보냈다.

대부도, 자체가 이미 서해안의 끝이지만 직접적으로 바다를 마주 할 수 있는 곳이 어디인지 알 수 없었는데
구봉도에서는 파도 치는 자갈밭 바로 위에 차를 세우고 바다를 바라볼 수도 있고,
밀물과 썰물 때만 안다면 마치 변산변도의 채석강의 축소판과도 같은 해안을 걸어 볼 수도 있다.
더군다나, 한여름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찾지는 않는 곳이므로...
(왜냐하면, 해수욕을 하기에는 바닷물의 상태가 별로이고, 고운 모래의 백사장 아닌 자갈밭에는 먹다 버린 소주병이 깨져 있다.)

주차한 곳을 기준으로 왼쪽으로 가면 꼬깔이해수욕장(다음 목표지점)으로 가는 바윗길이 있고,
오른쪽으로는 시화방조제와 대부도 음식점들의 뒤를 볼 수 있는 바다가 보인다.



이곳의 매력은 위에도 언급했다시피, 세월의 무게를 그대로 담아낸 해안 바위에 있을 것 같다.
둥글기도 하고, 네모나기도 하고, 날카롭게 파이기도 하며 파도를 그대로 견뎌낸 바위들이 제 모습을 뽐낸다.
채석강의 그것들이 수만년을 견뎌왔다면 이곳의 바위들은 그것에 미치지 못할지라도
평범하면서도 다양한 형상으로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즐거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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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의 오른쪽을 따라 걸어 가면 누군가 만든 바닷물 속 돌탑을 볼 수 있다.
나란히 선 두개의 탑은 파도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좋은 이와 함께 한 이 바다에서 무슨 소원을 생각하며 만들었을까?
파도 치는 바다 속에 탑을 만들 생각을 하다니 그 사람은 꽤나 마음이 복잡했나보다. 하지만, 그런 노력과 정성이 있었기에 나와 같은 객은 불어오는 시원한 바닷바람과 정겨움을 느끼며 사진 속에 담을 수 있어 좋기만 하다.
돌탑을 바라보며 나도 소원을 빌어본다.
이 땅의 평화? No~~~
혼자만의 시간과 무거운 마음을 조금이나마 덜었다.

언제까지나 지금처럼 굳건하게 잘 서 있기를 빌어본다.



제발, 좋아서 술 쳐먹고 유리병이나 PET병을 비롯한 온갓 쓰레기들 좀 버리지 마라.
치우는 사람 없는데 그것들이 깨지고 널부러져 한적하고 조용한 그곳을 망치고 있다.  즐겁게 먹었으면 그런 만큼 쓰레기도 잘 처리하고 떠나라.
다음 사람을 위해.


햇살이 좋은 날, 이곳에서 보는 석양은 정말 좋을 것 같다.
아쉽게도, 해가 지기 전에 나와야 했기에 석양을 미처 담지 못한 채, 물들어 가는 하늘과 그림자로 만족하며 발길을 돌렸다.
내 발길에 바닷가 식당도 한층 외롭게 보인다.
그것을 달래주려는 듯 갈매기가 날고 있다.
(이 날의 석양과 해질녘 하늘은 정말 멋졌다. 아쉽다...그런데, 구봉도 약수터는 어디일까?)






<가는 길>
(안산/시화 출발) 시화방조제 지나 대부도 초입에서 구봉도약수터 표지 보고 우회전→구봉도해양유원지→
 구봉염전지를 지나 (오른쪽 식당건물쪽이 아닌) 왼쪽 길로 작은 식당 앞 바닷가쪽 공터에 주차하면 된다.
식당에서 싱싱한 회나 조개구이는 물론 토종 삼계탕도 맛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