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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보는 세상/이땅 곳곳

김ㅎㅊ과 삼성산에 오르다

이른 아침, 명칭도 알지 못한 채 그저 김ㅎㅊ을 따라 나선다.
안양유원지라고 불렀던 곳을 변신시킨 안양예술공원은 나무숲과 조화롭게 예술작품들을 전시하며 쉴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관악산줄기로부터 흘러 내려오는 물줄기와 그 소리 그리고 나무들이 잘 어우러져 편안함을 준다.
그러나, 예술공원으로서의 조각 전시품은 어떤 것도 제대로 보지도 못한 채 그냥 수목원쪽 산으로 올랐다.

계곡물이 흐르는 곳을 따라 난 산길로 이른 새벽에 오르려니 바람 한점 없는 산길은 후텁지근하기만 하다.
산에 왔기에, 산이 그곳에 있기에 오른다는 생각보다 함께 오르며 대화를 위한 산행인데
김ㅎㅊ은 시작부터 투정부리며 헉헉거린다.
내게 그 산길은 빙빙 둘러가는 약간 경사진 산책로에 지나지 않는데 술기운이 가시지 않은 이로서는 무척 힘든가부다.

땀냄새로 가득한 채 가쁜 숨을 몰아 쉬던 김ㅎㅊ은 중도포기를 말하는데,
교과서적 당연론과 일상에서의 목표부재를 말하며 그를 계속 재촉했다.
왜?
좋건 싫건 시작된 걸음이고, 어쩌면 별다른 목표 없이 시작된 새벽나들이였기에 뭔가의 결과는 있어야겠기에.

이른 새벽의 인적 없는 등산로를 따라, 때로는 그저 위로 그렇게 걸은 걸음은 드디어 바위산의 정상에 도달한다.
(파노라마의 오른쪽끝, 내가 오른 봉우리의 옆이 삼성산 정상 481m인 듯...) 
  
사람들이 다니는 산길임에도 제대로 된 등산로를 표시하지 않았는지,
아니면 그런 이유로 극소수만이 다니는 산길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그 모든 것이 내게는 나와 김ㅎㅊ이 살아가는 매일의 인생 같게만 보인다.
누군가가 먼저 지나간 길을 따라 걷고, 때로는 새로운 길을 찾아나서기도 하고,
그러다 길을 잃고 되돌아 오기도 하며 제자리에 멈추기도 한다.
그것이 산행이고, 그렇기에 그것은 인생과 맞닿아 있다.
왜 김ㅎㅊ은 그런 연관성과 적극성을 생각지도, 발현하려 하지도 않을까?
모든이의 현실은 나름대로 피곤함과 힘겨움이 섞인 것인데 혼자만의 어려움으로 치부하며
자학한 들 나아질 것은 없는데 왜 그 속에 자꾸 빠질까?
긍정적이고 희망찬 미래를 구체적으로 계획하며 한걸음 한걸음 오르기에도 바쁜 세상인데...

김ㅎㅊ이 좀더 적극적으로 생각하며 구체적인 미래계획을 힘차게 세울 수 있기를...


이른 아침의 허기진 속을 따뜻한 소머리국밥으로 달랜 후,
햇살이 오락가락하는 흐르는 물 속에 발 담그고 시원한 막걸리에 과거지사를 중천까지 보탰다.
그리고, 발을 담근 물 속에 버들치가 많이 서식하고 있어 맑고 깨끗한 1급수임을 알 수 있었다.



※ 안양예술공원의 뒷자락 공영주차장에서 화장실을 거쳐 수목원쪽으로 접어든 걸음은 상불암 뒤 봉우리에 오른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