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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ng Still

위대한 침묵 Die Große Stille Into Great Silence 2005


그야말로 침묵을 보여준다.
그것이 위대함이든 아니든 화면에 비쳐지는 모습에 옷깃을 여미며 조용히 바라볼 수 밖에 없다.
두사람 이상이 나누는 대화라고는 수습 수도사를 받아 들이며 수도원장과 수도사 간의 질문과 대답
혹은 햇볕 좋은날의 해바라기에서 나누는 수도 관련 내용 뿐이라
종소리, 바람소리, 책장 넘기는 소리, 눈 내리는 소리마저도 크게 들린다.
대화도, 별도의 설명이 주어지는 것도 아니니 수도사들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집중하게 된다.
이발하는 모습에서는 저음의 (바리캉) 기계음과 햇빛에 반사되어 반짝이는 머리카락만 있을 뿐이다.

오랜 기다림 끝의 촬영에 담긴 영상은 '하루'와 '계절'의 흐름만이 존재한다.
지겹게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변함없이 행하고, 지난 해 갔던 그 계절이 다시 찾아오고...
그렇게, 알프스산맥 내 해발 1300미터의 그랑드 샤르투뢰즈Grand Chartreuse 수도원은 엄격함을 지키며
한겨울의 눈 속에, 봄햇살에 녹는 얼음 속에, 나뭇잎 푸른 여름날을 지나 가을, 겨울 속에 늘 존재하며
하나님의 곁으로 한걸음 두걸음 다가가고 있는 것이다.

조용하게, 혼자서 편안하게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