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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보는 세상/아포리즘

배고플 때에는 화정추어탕

언젠가 식성이 비슷한 친구와, 좋아하지 않는 음식에 대해 대화를 나눈 적이 있는데 합의된 결론은 아주 간단했다.
"먹고 싶은 것도 다 못 먹는데 먹기 싫은 걸 왜 억지로 먹냐?"
그런 면에서 나는 아직도 곱창/막창은 전혀 먹지 않고, 순대,천엽,개불 또한 즐기지 않는다. 
주로 그 특유의 냄새나 모양이 싫어서인데 천엽이나 개불은 의외로 맛있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이런 기호는 보통의 육류에 있어서 마찬가지로 적용되는데 지금은 소주를 마시다 보니,본전 생각에, 좋건 싫건 육식을 하지만
소주를 마시기 전에는 거의 육식을 하지 않았다.
결국, 부산사람이라는 특성에 기인하여 해산물은 자다가 일어나서도 먹지만 육류는 강하게 내켜야만 먹는 것이다.

육류 이야기를 하자는 게 아니라 몸생각해서 먹는다는 추어탕 특히 내가 요즘 즐겨가는 화정추어탕에 관한 것이다. 
특히,지역적으로 가까운 곳인 화정동의 '화정'이라는 지명을 따왔을 뿐인 상호명 '화정추어탕'이다.
무릇 음식이라는 것은 맛이 있어야 내키는 법이고, 그것으로 인해 다시 찾게 되는 것임은 물론이고,
추어탕과 같이 몸생각해서 먹는 음식은 일부러 맛있는 곳을 찾기 마련이다.
그런 면에서 화정추어탕은 아주 넉넉한 곳임에 틀림없다.

끼니때를 놓쳐 찾아가서 소주 한병과 추어매운탕 하나만 시키면 한끼를 넘어 두끼가 거뜬하다.
몸에 열이 많은 탓에 신진대사가 원활해서 모든 음식소화가 빠른 내 신체적 특성상 보통의 추어탕은 아무리 배불리 먹어봐야 그때뿐인데 화정추어탕은 다르다.
2명이 먹어도 넉넉함직한 작은 가마솥에 깻잎, 마늘, 고추,호박,국수,수제비 등을 가득 넣어 직접 더 끓일 수 있도록 가져다 주는데 배불리 다 먹을라치면 어김없이 더 가져다 준다.


사장님 말씀을 빌자면, "한번에 너무 많이 끓이면 맛이 떨어져서..."라고 하시지만 사실은 사장님의 인심이 아닐까한다. 추어탕뿐만이 아니다.
밥도, 반찬도 오가다 모자라겠다 싶으면 언제나 더 가져다 준다.

그것은 일하시는 분들에게도 그대로 영향을 미쳐서 오가며 살펴보고는 간장가재도, 김치도 자꾸 준다. 가져다 준다고 해서 먹지도 못할 것을 자꾸만 받을 수는 없으니 뭐든 최대한 먹어 보려 하는데 그때쯤이면 이미 배는 만땅이다.


추어탕+밥+가재+파김치+절인무우을 그냥 한끼 식사로 두번씩 먹어 제끼는 게 사실은 어려운 일이기에 한병의 소주를 곁들이는데, 그  안주 걱정은 전혀 하지 않아도 되니 무엇보다 안심이다....^^

기꺼이 술친구가 되어 주실 사장님이나 오가며 한잔 정도는 하시는 아주머니 덕분에 언제나 맛있게, 넉넉하게 식사와 반주를 곁들일 수 있다.
하루종일 아무것도 먹지 못한 오늘은 동치미와 김치를 손대지 않은 채 파김치와 절인무우를 벗삼아 배불리 먹었다.

절인무우?
무우절임?
어떤 표현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짜지 않고, 고소한 씹힘과 맛깔나는 색이 좋아 자꾸만 젓가락이 갔고 사장님은 "집에서 밥 먹을 일이 많은가?"
하시더니 기어코 고추장아찌와 함께 싸주셨다.

사실 먹는 동안에는 이 채소가 무엇인지 몰랐다. 무우일 것이라고도 상상하지 못했는데 직접 키운 무우라서 맛이 더 좋다신다.
 
안 그래도 조금 남은 김치가 맛이 없는 상태에서 연휴를 날 걱정이 있었는데 잘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고맙게 잘 먹겠십니더~"

서두에 "먹고 싶은 것도 다 못 먹는데..."라고 했으니 내가 좋아하는 추어탕에는 산초가루와 들깨가 가득 들어가야 제맛이다.
미꾸라지 특유의 맛도 익숙해지면 향도 나고 좋지만, 그것보다는 고소하면서도 매콤한 맛이 더 구미를 당긴다.
어릴 때부터 그렇게 먹어 왔으니 일부러 찾아서라도 그렇게...^^
깻잎이 풍기는 향과 들깨의 고소함이 자칫 들깨와 산초가루로 인해 묻혀 버리지 않도록 최대한 맛조절을 하며
그렇게 사진 속 가마솥의 추어탕을 다 먹고 추가로 더 준 것에 새로운 밥을 말듯 비벼서 먹었다.

"아이고....배불러~~"
지금은 그 숟가락 놓고 나온지 2시간이 흘렀다.  

사실은, 요며칠새 계속 생각나던 도너츠를 집 앞에서 샀는데 화정추어탕에서 사장님과 그 아들 그리고 아주머니가 대부분 먹고
꽈배기 하나와 찰도너츠 하나만 남았다.
내일도 살 수 있으리란 생각에 기꺼이 드시게 했는데 그 증거는 남겨야겠기에...
도너츠를 찍을 때는 더 밝은 조명이 있어야 할 것 같다. 그래야 그 맛깔스러움과 특유의 향이 묻어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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