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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보는 세상/아포리즘

배불러 터질 '화정추어탕'


아....
사람의 식탐이란 어디부터 어디까지일까?
과연 음식은 그 음식의 맛으로만 승부 가능한 것인가?
"배 불러 터지그따~~~"

3년쯤 된 것 같다.
친구 따라 얼떨결에 첫 발을 들이고, 간혹 추어탕이 생각날 때면 들르고...그러다, 그 맛과 별 것도 아닌 자연스러움이 좋아 맵피 유나이티드에 명칭과 전화번호 등록 했을 뿐인데...아직 그 반경에 살다 보니, 자주 들르게 되었고 2주쯤 전에 들렀다 오늘 다시 맘 잡고 또 가게 되었다.
그런데...추어탕에 혼자서 소주 3병이라니....

가히 놀랄 일이 아닐 수 없다.
손님이 없어서 그렇게 한가한 집도 아니고, 내가 간 시간은 저녁 식사시간임에 틀림 없었고,
나에게는 다행이고, 화정추어탕에는 손해일 수도 있겠지만,
예약 손님과 내가 가기 전에 있던 2 테이블 외에는 손님이 없었는데
추어탕과 소주 한병을 주문한 나는 스포츠 신문을 보다 먼저 나온 김치와 밑반찬에 소주를 홀짝이다
추어탕과 더불어 나온 밥을 벗 삼아 또 소주를 마시고...

그러다가 내 뒷옆 테이블의 손님들과 그곳 사장님이 같이 술을 마시며 대화하는 것을 보고는....
아, 나보다 자주 오나부다....친한가부다...하는 생각에 사로잡히고 그냥 말았는데....
언제나 그랬듯...사장님은...자칭 회장님...일부러라도 자주 오가며 모자라는 것은 없는지 확인하다가
갓김치 새로 주고, 밥이 모자랄까봐 밥 더 주겠다고 하고, 추어탕 더 주겠다고 하시더니,
급기야 술친구까지 해 주시겠단다...."히야호~~~~"

장사 내지는 음식장사란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본다.
가게가 문 열려 있으면 배 고프거나, 술 고픈 사람은 알아서 찾아 가기 마련이고
손님은 음식이 맛있거나, 일하시는 분들이 친절하거나...하면 그곳을 계속 갈 수 있는 것이고
한번 갔다가 아니다 싶으면 그냥 다음에는 가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그렇지만, 모름지기 사람이 사람을 끌어들이고, 음식집이 사람을 불러 들이는 이유는 별 것 아닌 것이라고 볼 때,
혼자 밥 먹고 그냥 조용히 가지 않는 다음에야 내 앞에 앉아 같이 친구 해 주겠다면 누가 마다하리?

그렇게, 사장님과 마주 앉아 소주를 같이 마셨다.
마치, 원래부터 알던 친구처럼....(누구에게라도 그렇게 해 줄 수 있는 분이라고 생각된다.)
언제 결혼을 하셨으며, 술 먹으면 어떤 행동을 하는지부터
나의 과거와 사장님의 엉뚱한 과거사들을 아주 재미있게 공유했다.
그렇게 혼자 마시기 시작한 소주는 3병을 채운 것이다.

반찬이 모자랄까봐 더 가져다 주시고, 원래의 추어탕을 다 먹었다고 더 주시고, 밥 다 먹었다고 더 주시고...
그렇게 꾸역꾸역 소주를 벗삼아 먹고 마시다가 결국은 배가 터질 것 같아 잔치국수는 포기하고 말았다.
'아, 미련한 짐승. 이렇게 마구 퍼넣다니...'
그렇게 화정추어탕을 나왔고, 이제서야 화정추어탕과 사장님 예찬을 끝내려 한다.
다시 떠오르는 사장님의 말씀, "소주값만 내라. 한양대역쪽 곰탕가게도 하는데 거기 가서 같이 먹고 오자."

같은 음식을 먹어도 이렇게 기분 좋게, 배불리 먹을 수 있을까?
흥에 겨워 이렇게 글을 남기고, 조만간 다시 갈 그날을 기다려본다.
내비게이션, 특히 맵피맵을 쓰는 사람들이 더욱 많이 화정추어탕을 찾아가길 기대해 본다.
왜?
사장님은, 당신의 아들 이름을 내 이름과 동일하게 지으려다 말았다고 하셨기에, 내 이름을 더욱 잘 기억해 주실 것이기에...^^

음식장사는 화정추어탕처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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