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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보는 세상/아포리즘

2012년의 첫날

O'bar 임영희作_20111127


2012년의 첫날,
2011년 마지막달에 쌓인 피로로 인해 그 마지막날 집에 오자마자
쓰러지듯 잠 들었다 밤늦게 깨어나 왕만두에 소주를 곁들이며
보낸 후,
2012년의 새벽에 잠을 깨며 그렇게 맞이했다.

별반 다른 느낌도 없이
그저 그렇게 오가는 시간흐름이 되어버린지 오래이건만
피곤한 삶이 주는 고단함은
나자신의 미래를 그려보고 되돌아 볼 수 있는 여유마저도
앗아가 버리는 것만 같아 싫어지고
시간에 대한 여유로움을 간절히 원하게 한다.

 


지난 10월부터 즐겨가던 바bar에서 한국화 전공 후 판화를 공부중인 L이 그려준 그림을 꺼내든 것은
어쩌면
가버린 시간과 다가올 시간에 대한 점검인지도 모른다.

장난감 병정 같은 모양을 한 저 녀석은 그 모자를 아래로 해서 맥주병의 뚜껑을 따는 병따개로
약간의 가속도만 주면 쉽게 뚜껑을 딸 수 있다.
저 그림을 보며
그 모양은 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되풀이하는 로봇 같은 내 현재를 닮았고 
그 쓰임새는 바쁘고 힘들게 일하는 나날을 보내지만 나자신의 것이 아닌 남을 위한 삶을 사는 나의 현재에 닿아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불쌍한 듯 안타깝지만,  
1년여 전부터 시작된 나의 과거이자 현재이며 당분간의 미래로 계속될 것이기에 쉽게 버릴 수도 없는
이 생활은
차라리 더욱 발전되고 희망적인 미래로 바꾸기 위한 나의 계획과 다짐을 필요로 한다.
그래야만 견디어 나갈 수 있을 것이기에...

이런 잡념을 안고 우리 3형제는 모여 새해 첫날의 점심식사를 함께 하며
부쩍 커버린 조카들에 웃음 지으며 그들에 관해 얘기하고
 마치 친정집에서 바리바리 싸들고 나오는 자식처럼 형수가 챙겨주는 김치와 고구마 등을 가득 안고는
자주 볼 수도 없는 삼촌으로서 그저 용돈을 몰래 쥐어주고 돌아왔다.

그렇게 돌아온 집에서
새해 첫날, 청소를 먼저 하겠다는 다짐은 편안히 누워 TV 리모콘을 돌리다 사라지고
내일 이른 시간에 다시 돌아가야 될 나의 반복되는 삶에의 다가감을 늦추기 위해
'일요일이 다가는 소리'를 늘이며 앉아있다.
 
이번 주말에 올 수 있을지 없을지조차 선택할 수 없는 1월의 삶보다는
선택 여부를 떠나 버린 수고에 대한 정당한 보상으로 이어져 삶의 의욕을 높여주는 활력소가 되길 바라며
그런 과정으로 이어져 보다 밝은 2012년이 되길 바래본다.
그렇게, 부모님과 조카들을 포함한 우리 가족 모두 행복하고 건강한 한 해가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