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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ng Still

인간지네 the Human Centipede (1st Sequence)


'볼 가치도 없다','정말 쓰레기다'는 글들 속에, 그런 B급 공포/호러/고어류는 좋아하지 않지만,
단순한 호기심으로 보게 되었다.
사람이 사람을 마구 죽이는 장면도 없고, 그저 사람과 사람을 이어 지네를 만들려는 시도를 할 뿐이다.
다만, 왜 그렇게 하고 싶어 하고,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는 없다.

그래서, 이런 류의 영화를 볼 때 선입견처럼 갖게 되는 '잔인'이라는 단어에 대해 생각해 본다.
총으로, 칼로 사람을 마구 쏘고, 베야만 잔인한 것일까?
전쟁과 같은 그래야만 하는 특수한 상황을 제외한다면 대다수의 많은 영화들은 그래야 할 뚜렷한 이유가 없는데도
'잔인'을 저지르고 쉽게 보여준다.
그런 측면에서 과연 이 영화를 잔인하다고 할 수 있을까? 차라리, 비인간적이란 말은 걸맞다.
각자의 의사나, 인권은 무시한 채 마음대로 납치하고, 수술해 버리고, 인간의 기본적 욕구마저 박탈해 버리니...

그렇다면, 도대체 이런 영화를 만든 이유는 무엇일까?
사람의 항문 주변과 입 주변을 이어 맨앞의 사람을 통해 영양을 섭취하게 하면서 생존하게 하는 인간지네.
어쩌면, 누군가에게 붙어 기생하듯 생활하는 사람이나 좋든 싫든 그럴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을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즉, 인간세상을 비틀어 보이고 싶은 하나의 방식으로 직접적 표현을 한 것이 아닐까?
그러나, 방식은 좀 그렇다.
아무런 상관 없는 사람들을 납치하고, 맘대로 이어버린다는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것마저 사람이 사람에게 직간접으로 행하는 것들에 다름 아니라고 본다면
영화는 별다른 감흥 없이, 특별한 잔인함 없이 그렇게 무난히 넘어갈 수 있다.
영화 포스터에도 씌여져 있지 않은가?....'their flesh is his fantasy'라고...닥터 하이터[Dieter Laser]의 환타지일 뿐인 것이다.

하지만, 뭔가의 메시지는 준다.
"신神, 당신은 신입니까? 저는 보잘 것 없는 벌레입니다. 저는 부모님을 내쫓고 아이들을 버렸습니다.
사랑을 모르고 이기적으로 살았습니다. 벌레 같은, 아니 벌레보다 못한 놈입니다.
그러나, 그러나 신께서 제가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에 이렇게 저를 벌한다 할지라도 저는 믿고 싶습니다.
저는 아직 인간이라고 믿고 싶습니다.
여보세요들, 그리고 당신, 우리는 참 이상한 곳에 살고 있군요...."하며
인간지네의 제일 앞에 있던 일본인 카츠로[Akihiro Kitamura]는 자살을 택한다.
결국, 감독이 원한 것은 비인간적이고 잔인한 세상에서 모두가 인간임을 되새기며 그것을 믿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다만, 표현방식이 기괴하고 비인간적이었을 뿐...
....어쩌면, 직접적으로 보여지는 보통의 공포/호러/고어류가 더 지저분하고 괴이하지 않을까?
인간지네는 그 발상이나 표현방법이 남다를 뿐이라고 좋게 생각해 보면 어떨까?

수색영장을 갖고 온 형사 둘도 죽고, 닥터 하이터도 죽은 뒤,
인간지네의 가운데에 혼자 남은 린제이[Ashley C.Williams]의 미래가 궁금하다.
written and directed by Tom Six

뭐...영화의 시작은 평이합니다.
두 여자가 여행을 떠났는데 한밤중에 길을 잃고 어떤 집에 도움을 청하러 갔다가
졸지에 실험 대상이 되는 겁니다. 물론, 좋건 싫건 상관없이 모든 것은 감독 맘대로 흘러가죠~ㅋ

여기까지만 생각하면, 대다수의 의견들, 인터넷에서 조회해 보면 나오는,
지저분하다
뭐 이런 영화가 다 있냐
자막 만들고도 쓰레기 같아 싫다
안 봐도 될 영화....등등 대동소이한 의견들만 보게 됩니다.
그런데, 왜 갑자기 호기심 발동! 되었을까요?

사실, 공포, 호러, 고어...그런 류들 전혀에 가깝게 안 좋아합니다.
왜냐하면, 평범할 수도 있는 사실을 너무도 지저분하고 잔인한 방식으로 보여주려 하기 때문에...
그런데, 이 영화를 너무도 진지하게 바라봤습니다.
그건 또 왜?
"도대체 이 영화를 두고 왜 그렇게 나쁘게, 이상하게 평가하는지 너무 궁금해서...."

결국, 보다가 알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특히나 인터넷을 주름 잡는 20대 전후 세대들은 보이는 그대로만을 주제/결론 삼는다는 겁니다.
특별한 이유없이, 전쟁이나 그 밖의 특수한 상황 외에, 사람을 목 베거나 죽이는 건 예사로 보면서
왜 과학적일 수도 있고, 단지 호기심일 수도 있는 인간지네에 대해서는 거부할까요?
그것은, 개인적 생각에, 각자의 상상력이 너무 개입되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사람이 사람을 마구 죽일 때는, 차라리 등장인물이 될지언정,팔짱끼고 그저 바라만 보면서 피해자를 외면하면서,
사람이 사람을 비인간적으로 대할 때 관객은 영화속 피해자인 등장인물이 되어 버리는 겁니다.
그렇다보니 영화는, 계속 보거나 말거나 지저분하고 잔인하다는 평가가 나올 수 밖에요.
그렇지만, 실제 영화는 전혀 지저분하거나 잔인하거나 하지 않습니다.
실제적 살인은 마지막에 집으로 찾아온 형사들에게 총을 쏘는 것 밖에 없습니다.

결국, 뭡니까?
보는 관객은, 전쟁영화에서 팔다리가 떨어져 나가는 것은 (전쟁영화이니) 당연시 여기면서도
(전쟁이 아닌) 상황에서의 비틀림이나 비꼼은 좋게 넘어가고 싶지 않은 것입니다.
게다가 (누구에게나 역겹기만 한) 자신의 상상까지 가미되어 버리니....ㅋ

※ 이 부분에서, 이 영화와 관련하여 '역겹다'란 것에도 집중할 필요가 있군요.
인간지네, 맨 앞의 사람은 실제의 맛난 음식을 먹을 수 있지만
두번째부터는 맨앞 사람의 배설물을 먹어야 합니다.
배고파도 맛있겠습니까? 먹고 싶지 않아도, 삼키고 싶지 않아도 삼켜야 하는데요?
영화 상에서는 뺨을 아예 앞 사람의 엉덩이에 밀착시켜 바느질해 버립니다.
그만큼의 강제적인 방법으로, 주어진 상황을 받아들이게 합니다.

또, 사람과 사람을 이어, 지네처럼 만든다는 발상, 쉽게 할 수 있나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감독은 했죠.
그리고, 그것을 영상으로 표현해냈습니다.
한국의 대다수 네티즌들이 싫어라하는 결론으로 말이죠.

이젠 개인적, 생각을 말하고 싶군요.
감독은 어떤 의도였는지, 후속편을 제작하는 상태는 왜인지 모릅니다만,
하라고도 하지 말라고도 못하고, 할 수도 없습니다만,
인간의 상상으로 이루어지는 영상작업에,
왜 총으로, 칼로 내놓고 죽이는 방식은 쉽게 통용이 되면서
비틀어지고, 엉뚱하거나 괴이한 방식으로 감독 자신이 하고 싶은 얘기는 받아들여지지 않을까요?
우리 문화적 상상력과 외국 문화적 상상력을 마구 뒤섞어 놓고 우리에게만 유리하게 말하지는 않을까요?

그런 면에서, 네티즌들의 글을 보면서 무척 슬픕니다.
그것은 바로, 다양한 의견들이 나올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천편일률적으로 표현하기 때문입니다.
총칼로 사람이 죽을 수 있다면 그외의 방식으로도 사람은 죽일 수도, 죽을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것이 합리적이냐, 현실적이냐, 쉬우냐 어려우냐는 문제될 것이 없습니다.
(여기서는 분명히, 우리는, SAW를 떠올려야 합니다. 왜? 평범하지 않은 방식으로 사람을 죽이니까요....)

※ 기우에서 한마디 더, 지극히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고방식만 독특한 사람일 뿐입니다....^^

나머지는, 이 글을 얼떨결에 읽고, 영화에 대해 계속 호기심을 느끼는 여러분들이 판단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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