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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보는 세상/아포리즘

색안경 낀 강아지

설연휴에 부산 해운대 미포에서부터 송정해수욕장까지 동해남부선 폐선철로를 걷던 길에 청사포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 지금은 기차가 다니지 않지만 동해남부선은 해안가를 따라 난 이쁜 철길입니다. 지금은 사람들이 이런저런 얘기하며 자유롭게 걸어갈 수 있답니다.)

처음엔 "강아지가 귀엽군" 했는데 자세히 보니 창문이더군요. 두 창문을 선글라스로 표현했는데 좀 다르게 보고 싶어지는군요.

바로 '색안경'입니다.
우리는 보통 "색안경을 끼고 보지 마라'고 말하는데 요즘 이 나라엔 색안경을 끼고 헌법에서 보장한 문화와 창작의 자유를 자기네 맘대로 재단하고 차별하며 권세를 누리던 사람들과 그 위에 있으면서도 발뺌만 해대는 추한 인간이 많이 보입니다.
그것도 자기자신이나 그 일당에게만 유리한 방향으로 말이죠.

그런 면에서 사진 속 강아지의 안경알은 양쪽이 서로 다릅니다. 긍정적으로 보자면 양쪽의 다른 시각으로 균형잡힌 사고를 할 수 있는 것이고, 부정적으로 보면 한쪽의 관점으로만 세상을 판단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밖에서 보는 우리는 그 겉모습만 볼 수 밖에 없는 한계가 있고, 안에서는 창문을 통해서만 바깥을 볼 수 있다는 점이 유감이지만,
방안이 궁금하면 들어가 볼 수도 있어야 하고, 방안에서 창밖을 볼땐 창문을 열어 놓고 보며, 그래도 잘 보이지 않을 땐 밖으로 나와 사람과 사물을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제대로 봐야 할 때가 아닌가 합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나라의 미래에 중차대한 시간이 될 이때에, 선글라스 낀 이쁜 강아지의 모습에 '색안경 낀 개 보다 못한 인간들'을 떠올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 선글라스와 색안경은 비슷한 뜻의 단어를 대비시킨 것이지 우리말을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