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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보는 세상/이땅 곳곳

구봉도 대부해솔길을 가다

오랜만에 나선 걸음은 대부도로 향한다.
대부도관광안내소에서 대부해솔길 1코스로 가려던 발걸음은 빨리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고파 구봉도로 발길을 돌리고 만다.

종현어촌체험마을을 지나면 저멀리 영흥대교를 배경으로 할매바위, 할아배바위가 먼저 반긴다.

 ※ 고기잡이 떠난 할아배를 기다리다 기다림에 지쳐 비스듬한 바위가 된 할매, 몇년후 무사귀환했으나 할매가 가엾어서 함께 바위가 되었다는 할아배바위.
밀물이 되면...

바닷물이 빠져나간 갯벌을 따라 걷다보면 금세 개미허리다리와 낙조전망대가 보인다.

아직 한낮의 햇살은 따가운데 불어오는 바닷바람은 그 열기까지 머금었지만 시원하기 그지없다.

밀물때면 교각이 바닷물에 잠겼을 개미허리다리를 지나 산길을 오르다 내려가면 바로 낙조전망대.
지난번 왔을때 해질녘에 다시 오리라 했건만 또 한낮이다. 젠장...

수평선 말구 지는 해를 담으리라 했건만...
또, 다음을 기약하며 바닷물에 잠겼던 자갈길을 따라 개미허리다리 옆 산길을 통해 2코스로 경로를 바꾼다.

텁텁한 공기를 안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얕은 산길을 오르락 내리락 하다보면 어느새 발길은 구봉 천연물약수터에 다다른다.

산기슭에서 내려온 물이 바다로 가다 이곳으로 흘러내린다. 땀으로 젖은 얼굴을 시원한 약수로 한번 헹구고 물통에도 물을 채우고 그늘에서 쉬었다가 다시 걷는다.

구비구비 산길 따라 '만남의 광장'을 향한다. 아무도 없는 산길에는 새소리, 풀벌레 울음과 시원한 바람만이 함께 한다.

선택의 순간이 왔다.
원점인 종현마을에 가까우니 발길을 돌려야겠다.

오후 3시.
어중간한 시간이다. Instagram 사진을 확인해 보니, 비내리는 겨울날에 이어 18개월만에 왔는데 그냥 가기엔 아쉬운 날씨다. 그래서, 결국 도전하기로 한다.

다시 전망대로 발걸음을 뗀다.
숲속에서 새소리, 벌레소리를 들으며 땀을 식히고는 약수터로 가본다.
어느새, 이곳에도 밀물이 한가득.

마치, 약수가 흘러 바다를 이룬 듯하다. 한결 시원해진 약수에 머리와 얼굴을 담가본다.
바닷가 약수터라니 세상 어디에 이런 곳이 또 있을까?

발길을 옮겨 개미허리다리를 향한다.

바닷물에 잠긴 교각으로 인해 1코스로는 접근할 수 없다. (;해넘이를 보려면 2코스로 와야 한다는 얘기다)

해는 뉘엿뉘엿 서쪽바다 밑을 향하고, 밀물에 잠긴 교각 위 전망대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저마다의 맵시나 자세로 사진찍기에 한창인데 원하는 상태가 될 때까지 기다려 본다.
아, 드디어 바라던 순간이 왔다.

구름낀 하늘이 좋다.
해와 파도를 형상화한 조형물을 자신들의 사진만을 위해 괴롭히는 사람들로 인해 순간순간을 재빨리 잡아내야 한다.

드디어, 성공했다. 3시간여의 기다림은 그나마 만족할 만한 기록을 남긴다.
오늘도 눈이 호강했다.
어두워지는 산길로 발길을 재촉하여 귀가를 서두른다. 자칫 깜깜한 산길을 걸을 수 있으므로 대비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