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있고 싶을 때까지 곁에 있겠다"며 백종우와의 사귐에 응한 이지수는 "지금 불 살라라"라며
루게릭병에 걸린 백종우와 사랑을 키우며
한가닥 희망이라도 잡고자 무자격 의사로부터 침술까지 시도하지만 그것은 도리어 악영향을 끼친다.
겨우 목숨은 부지하지만 종우는 그나마 움직이던 사지를 전혀 쓸 수 없게 되고
지수는 치료비 마련을 위해 장의업무를 다시 시작하지만 간단치 않아 피곤하기만 하다.
일을 끝내고 술을 마시던 지수는 자신의 사랑에 대해 욕심이자 동정이라고 말하는 것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닥치시고 니네들이나 잘 하세요. 사랑은 다 태워버리는 거거든..."
너에게 묻는다(안도현)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를 떠올린다.
그러나, 병이 더욱 악화되던 종우는 지수에게 "시체 닦던 손으로 나를 닦고 싶냐?"며 신경질적이 되어 가고,
무기력해진 자신이 어릴 적 곤충채집했던 잠자리같다고 한다.
그런 종우가 점점 분노조절이 되지 않을 뿐더러 마치 지수와의 정을 떼려는 듯 언행을 계속하자
지수는 결국 임신사실을 알리며 그의 곁에서 떠난다.
얼굴을 향해 달려드는 모기 한마리 제대로 쫓을 수 없는 종우는 자신의 완전 무기력에 눈물 흘리고,
손발을 꽁꽁 묶은 상태에서 종우의 고통과 갑갑함을 느낀 지수는 혀를 깨물고 숨 가빠하던 종우 곁으로 돌아온다.
"제일로 먹기 힘든 게 마음이고,
제일로 버리기 힘든 게 욕심이고,
제일로 배워먹기 힘든 기술이 잘 사는 기술"이라며 위로 받으며 지수는 힘을 내고,
'욕망이 늘 괴로움인 것을... 현실이 자꾸 날 꿈꾸게 만든다.
차라리 꿈에서 깨지마라'며 타이핑하던 종우는 헌법 제2장 10조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진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을 외며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삶에 대한 욕망을 드러낸다.
핑클의 노래를 들려주며 안무를 보여주던 지수를 바라보며 웃음짓던 종우에게 지수는 노래를 불러 달라 하고,
속으로 노래를 불러주던 종우에게 지수는 눈물 흘린다.
그때, 종우는 말한다.
'...누군가 곁에 있어 행복한 건 너무 억울하잖아. 혼자서도 행복해야 진짜 행복한거지. 넌 꼭 행복해라'며 뇌사상태에 빠진다.
나의 모든 사랑이 떠나가는 날이
당신의 그 웃음 뒤에서 함께 하는데
철이 없는 욕심에
그많은 미련에
당신이 있는 건 아닌지 아니겠지요
시간은 멀어 집으로 향해 가는데
약속했던 그대만은 올 줄 모르고
애써 웃음 지으며 돌아오는 길은
왜그리도 낯설고 멀기만 한지
저 여린 가지 사이로 혼자인 날 느낄 때
이렇게 아픈
그대 기억이 날까
내사랑 그대 내곁에 있어줘
이세상 하나뿐인 오직 그대만이
힘겨운 날에 너마저 떠나면
비틀거릴 내가 안길 곳은 어디에
영화는 그렇게 종우를 떠나 보내고, 지수가 부르는 '내사랑 내곁에'로 끝을 맺는다.
영화는 억지 눈물을 짜낼 신파와는 거리가 멀고, 그렇다고 해서 제법 그럴싸한 로맨스를 보여주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루게릭병에 걸린 환자를 열연하기 위해 온몸을 다한 김명민이 있어 그들의 고통을 십분 이해할 수 있고
그 사랑하는 사람들의 슬픔과 미련을 잘 볼 수 있다.
팔다리와 눈코귀입을 맘대로 움직일 수 있는 상태의 모두여,
그렇지 못한 사람들을 생각하며
보다 열심히 살며
잘 사는 기술을 터득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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