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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ng Still

램페이지 Rampage

directed by 우베 볼 (Uwe Boll)

23살이 되어서도 부모와 함께 살며 별다른 목표 없이 지내는 빌[브렌단 플레처 (Brendan Fletcher)]. 
부모는 독립해서 뭔가 해야 하지 않겠냐고 하지만 빌은 그 소리가 귀찮게 들리기만 해서 어떻게든 상황을 모면하려고만 한다.
커피점에서는 제대로된 커피를 맛 볼 수도 없고,
친구 에반[샤운 시포스 (Shaun Sipos)]과 함께 들른 치킨점에서는 불친절한 종업원까지 만난다.
인터넷으로 주문한 물건들을 매번 에반의 집으로 보낸 빌은 부모에게는 대학지원서를 작성하며 집에 있겠다고 한 뒤,
방탄옷과 고글 달린 헬멧, 자동소총 등으로 무장하고서 길로 나선다.
그리고는 무인 승합차를 경찰서로 돌진시켜 폭파시키고, 무차별적으로 사람들에게 총을 난사하며
은행을 털고, 커피점과 치킨점 점원, 미용실의 사람들을 죽인다.

시내로 모여드는 보안관과 경찰들을 폭발로 처리한 빌은 페인트볼 서바이벌을 기다리던 에반을 기절시킨 후
그를 모든 학살극의 범인으로 위장시키고는 집으로 돌아와 아무일 없었다는 듯 부모를 만난다.
그런 후, 은행에서 가져 온 돈을 갖고 집을 떠나고는 인구조절했다며 녹화영상을 인터넷에 게시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독립하는 것이 당연시 여겨지는 서양에서)
별다른 목표 없이 살던 청년이 부모와 제대로 된 대화도 하지 못한 채, 독립의 압력을 받다가
모든 알리바이(;총기구입-불친절한 종업원-총기난사-은행털이-가짜 지폐 불태우기-총기난사-자살)를 만들어
무차별적 총기난사한 후, 친구에게 덮어 씌운 뒤 잠적한다는 내용.

게임원작이라고 하지만 무차별적 총기난사는 물론이고 친구에게 덮어씌우는 것까지 별로 탐탁치 않다.
게임으로 정서가 불안해지거나 산만해지는 것도 그런데 이런 식의 묻지마 살인과 반도덕적 내용은 불편하기만 하다.
물론, 공포물에서 사람을 죽이는 것이나 이런 식의 무차별 총기난사나 방법의 차이일 뿐 결과는 같지만
공포를 위한 공포와 자신의 완전범죄를 위한 무차별 총기난사는 곤란하지 않을까.
거기에다 명분 삼아 계속 보여주는 지구의 인구, 식량, 자원 문제는 모든 인류가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이지
영화처럼 누군가 독단적으로 나서서 불특정 다수에게 총구를 겨눠 머릿숫자만 줄인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결국, 감독은 별 생각없이, 무책임하게도 인구조절이라는 명분하에 주인공을 통해
불특정 다수에게 마구 총질한 뒤 은행을 털고 친구에게 그 모든 죄를 덮어 씌우고 돈을 갖고 튀는 것이다.
대리만족이라고 하기엔 너무 엄청난 일이고,
완전범죄라고 하기엔 너무 단순하면서 가볍고, 묻지마 살인이라고 하기엔 고의성이 너무 다분하다.

더불어, 영화가 주는 교훈적인 내용을 억지로 찾아보려 해도 곤란하다.
대화단절이라고 하기에도 그렇고,
불친절한 서비스도 아니고,
지구 자원/식량/인구 문제에 대한 적극적 모색이라고 하기에도 너무 억지스럽고,
그래서...영화는 사람죽인 뒤 죄를 뒤집어 씌우고 튀는 그저 그런 게임에 다름 아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