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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ng Still

주유소 습격사건2...짜증 유발자들



10년을 기다렸다!
‘그냥’ 주유소 터는 놈들, 가만 안 둬!
노마크에게 무참히 주유소를 털린 지 언 10년, 그 이후로도 동네 양아치며 폭주족들에게 툭하면 주유소를 털려왔던 박사장.
이제 더 이상 무기력하게 털릴 수만은 없다며 과감한 선전포고를 하고 나서는데,

“이제, 가만히 당하지만은 않겠다!”
‘효도르’도 날려버릴 한 주먹의 ‘원펀치’, 머리보다는 발이 빠른 ‘하이킥’, 최강 구강액션의 일인자 ‘야부리’, 뭐든지 들어 넘기는 ‘들배지기’. 제각기 한 캐릭터 하는 범상치 않은 인상의 직원들을 고용한 박사장.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폭주족 습격단이 쳐들어 오기만을 기다리는데, 오라는 폭주족은 안 오고 스쿠터를 탄 고삐리 짱돌 일당이 주유소를 습격하며 사건은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내가 그렇게 만만해?!” 주유소로 몰려온 엄청난 놈.놈.놈들!
박사장에게 고용은 됐으나 누구에게도 소속되지 않은 ‘원펀치’ 일당,
주유소 한번 털어보는 게 일생 일대 소원인 ‘짱돌’ 일당,
경유 버스에 휘발유 넣어준 주유원의 친절함에 대형사고 위기에 직면한 탈옥 버스,
‘원펀치’일당에 복수하려 찾아 든 진짜 폭주족 습격단, 탈옥범 잡기 위해 나선 경찰들까지..
박사장의 처음 계획과는 달리 일은 자꾸 꼬여만 가는데…


전작은 그래도 웃음과 캐릭터의 공감에서 오는 재미가 가득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중심축에 있던 양아치들에게는 '그냥','재밌잖아'라는 명분이 있었고, 박사장에게는 '왜?'가 있었다.
그런데, 주유소습격사건2는 좀 엉뚱하다.
털리지 않기 위해 고용한 무술 유단자 혹은 힘깨나 쓰는 녀석들이 갑자기 머저리 같은 고삐리들과 함께 주유소를 점령한다.
주유소를 털러 간 고삐리들의 이유야 여전히 '남들도 터니 나도'라고 한다지만
주유소에 가만히 잘 있던 좀 생기고 폼 잡는 오빠들이,
지난달치 월급도 못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잘 있다가, 돌연 , 반값할인에 동조하며 에너지 낭비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물론, 이것 역시 '그냥'이라고 하면 할 말 없다.

웃으라고 만든 장치나 대사는 전혀 우습지도 않고, 마냥 억지스레 보일 뿐이고
저마다의 상처를 지닌 인물들도 폼이나 뻣뻣함 , 백치미 , 비굴함 속에 별 느낌없이 짜증만 유발한다.
뭔가의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진지함을 필요로 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코미디로서 제대로 된 웃음은 선사해야 하는데
마치 어디서, 어떻게 웃어줘야 할지 긴장하며 봐야 하는 형국이다.
'형만한 아우는 없다'+ '...더라'가 기정사실로 되며 '그저 재미없더라'가 되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