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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ng Still

13번째 손님-기묘한 이야기 2001



원치 않는 결혼식에 참석하러 가면서 부하직원의 전화를 받은 혼다는 가격을 깎으라는 지시를 한 후,
좀더 단정한 모습을 하기 위해 한적한 곳의 이발소로 향한다.
일하는 사람이 12명이나 있고 모두가 반갑게 자신을 맞이해 주는 그 이발소에서
바쁘니 면도만 빨리 해 달라고 하지만 그들은 막무가내로 이발까지 하게 한다.
대신, 그 작업을 마치 숭고한 대업을 치루듯 하는 것이다.

겨우 이발이 끝난 후, 이발사는 모두의 환송 속에 이발소를 나가는데 정작 혼다는 그곳을 벗어날 수가 없다.
그렇게 시작된 혼다의 이발소 견습생 생활은 바닥닦기부터 시작해서 이발을 통해 인생의 의미를 깨닫는 일에 이르게 된다.
새로운 손님이 올 때마다 한단계씩 올라가서 1년이 흐른 후 혼다는 그곳을 벗어나게 된다.
그러나, 문을 나서자 마자 결려온 직원의 전화는 결혼식장으로 향하던 과거 자신의 모습으로 몰아 넣기에
혼다는 다시 이발소로 돌아가려 하지만 정작 그곳에 이발소는 보이지 않아 절망한다.



좋건 싫건 일상 속에 자신을 내던진 채, 무의미하게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무엇이 의미 있는 것인지 성찰하게 한다.
즉, 장인정신 속에 깃든 느림의 미학과 뜻깊은 인생을 말하는 것이다.
뒤집어 생각해 보면, 우리보다 가업을 잇는다는 생각이 강한 그들로서는 그 전통이 무너져 가고 있음이라는 해석도 가능할테고
우리 입장에서는 자기 혹은 상대방을 너무 옭아 매거나 무의미한 것에 치우쳐 바삐 살아가는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을 던진다.

그런데, (호기심)→불만→잘난척→이해와 적응(;주민)을 넘어선 다섯번째는 익숙한 것에 대한 회귀일까?
아니면, 무의미한 일상에 대한 두려움일까?
불만으로 시작한 이발소 견습생 생활이 1년이 지났는데 그곳을 벗어나자마자 알게 된 첫 사실은
1년은 커녕 자신이 그 이발소로 들어가던 시점에서 불과 얼마의 시간이 지나지 않았다는 것.
그것은 허무이면서도 동시에 좌절인 것이다. 1년이라는 시간도 결국 순간에 다름 아닌 것이니...
1년도 허무한데 어이 순간에 치우칠 것인가?
무척 철학적이어서 노장자와 나비를 떠올리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