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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ng Still

피안도彼岸島 Higanjima

directed by 김태균 (Tae-gyun Kim)
밑도 끝도 없다.
섬에서 흡혈귀들에 맞서 싸우는 형[와타나베 다이 (Dai Watanabe)]은 그렇다 치고,
그 동생 아키라[이시구로 히데오 (Hideo Ishiguro)]까지 섬에 끌어들일 이유가 없다. 차라리 검도사범을 데려가는 것이 더 어울리고 효용가치가 있지 않을까?
그것도 모자라, 별 역량도 없는 친구무리까지?
그야말로 먹잇감으로서의 역할인가?
그런 면에서 영화는 참 무모하다.
몸을 파는 직업을 가진 레이[미즈카와 아사미 (Asami Mizukawa]라면 용병을 모집할 수도 있을테고, 이도저도 아니면 아예 섬의 구원을 내놓고 광고하거나 서바이벌 게임이라고 할 수도 있는 일 아닌가?
잘못 되면 먹잇감으로 데려왔다고 하면 될 것을...

영화는 섬에 들어가면서부터 바보스러움을 연출한다.
실컷 폼잡고 나서더니 마을입구에서 아무런 힘도 쓰지 못하고서 흡혈귀들에게 모두 잡히고 만다. 야구방망이나 일본도를 휘둘러 보지도 못한 채...그 섬에 왜 갔는데?
이쯤되면 동명의 원작만화를 의심해야 하는지, 아니면 감독의 역량이나 연출을 의심해야 하는지 모를 지경이다.

그리고, 애초에 섬에 간 목적은 무엇인가?
섬 사람들이 흡혈귀에게 죽어가기에? 아키라의 형을 만나러?
제 한몸도 건사 못하면서 무슨 남을 도우며, 형을 만났으니 빠져 나올 궁리나 하든지, 이도저도 아닐 바에는 용감하게 싸우든지...

뭐 잘했다고 흡혈귀로 변한 친구에다 대고 울고 불고 하며 실컷 끌어들여 놓고 잡혀가고 나서야 우정을 생각하는지....
정말 짜증 만땅이다.
만화인지, 영화인지 도대체....
영화다운 새로움은 어디로 갔는지 하나 없고, 서양 흡혈귀 흉내내는 잿빛 '언더월드'만 남았는지 모르겠고,
엔딩 크레딧 올라가기 전 25분간을 빼면 죽도 밥도 누룽지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