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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보는 세상

양재 호랑이4-새벽부터 일출까지

잠자리가 더웠는지 잠을 설친 듯,  문자메시지 소리에 잠을 깼다.
'혹시, 무슨 일이라도 있나?' 싶어 깼다고 답장 보내고 보니 늦은 밤 시간에 보낸 문자가 또 있었네.
'정말로 무슨 일이 있는건가?'
그렇게, 자다 말고 부시시, 고양이 세수만 한 채 널 만났다.

늘 그렇듯 씩씩하게 보이는 너와 함께 추적추적 내리는 비에 우산을 같이 쓰고 순대집에 앉았지.
(통틀녘의 늦은 새벽에는 대부분의 가게들도 문을 닫는다는 사실도 오랜만에 다시 깨달았어.)
소주 한병과 순대국. (이른 새벽의 진수성찬...^^ )
배가 고플텐데도 얘기가 하고팠는지 너는 계속 얘기를 하네...
가만히 들어주며 맞장구 쳐 줄 수 밖에 없었다.
갑갑하고 속 상할 때 누군가 곁에 있어 들어주기만 해도 큰 위안이 된다는 것을 알기에
가만히 들어 주었지만, 사실은 옆자리에 와서 앉은 아저씨들 소리에 힘들었는데,
내가 특별히 해 줄 수 있는 게 없어서 듣는 내내 안타깝더라.

네가 맘 상해하고, 눈물 짓는 모습에 등이라도 다독이고 싶었지만 그러지도 못했다.
일단은 그냥 네 얘기에 귀 기울여 주는 것으로도 작은 위안은 될 것 같아서...
하지만, 호랑이야, 자존심은 접어.
"과거에 이랬다,저랬다"는 건 누구나 마찬가지고, 결국 중요한 것은 과거가 아닌 현실과 미래일 뿐이야.
막말로, 과거에 반장 안 해 본 사람도 없잖아? (사실, 난 반장 같은거 안 해 봤다...ㅋㅋ 다 커서 엉뚱한 것만 했지~)

사람은 누구나 자신에게 유리한 입장에 서서 유리한 것만 듣고 말하려 하지.
그것이 동시에 다른 상대편에게는 가시가 되고, 못이 되어 와 닿을 수 있음을 감안하고 말하는 이는 찾기 드물더라.
그런 작은 배려가 각박하고 힘든 세상에서는 그나마의 위로도 되는데 말야.
하지만, 그런 것에 연연할 필요도 없다고 봐.
결국, 중요한 것은 누구에게나 바로 자기자신이니까...
다른 사람이나 그의 말로 상처를 받거나 슬퍼할 필요는 없다고 여태껏 느껴왔기에 너에게도 그렇게 말해주고 싶네.
물론, 네가 기대를 받고, 또 동시에 기대도 하고 있었음에 더욱 네 아픔이 생겼겠지만
너는 너고, 남은 남일 뿐이야. 모두가 네 생각과 같을 수는 없잖아?
그냥 그것만 인정해 버리면 돼.
그러면 다른 사람에 대한 기대도, 슬픔도 없어지더라.

네가 고생하고 힘들다는거 알아.
(사실 남자로서, 그런 부분에 대해 내가 잘못한 것도 아니면서 왠지모를 책임감도 느끼고
 언젠가는 현재 잘못됐다고 느끼는 부분들에 대해서는 바로잡고 싶어.진정한 약자를 위해...)
그렇지만, 네 짐을 다른 사람이 대신 져 줄 수도 없거니와 그럴 수도 없잖아?
설사 그렇게 된다해도 네 자존심은 허락하지도 않을거잖아?
그렇다면, 진정으로 그냥 현실을 받아들여.
힘들겠지...
어쩔 수 없잖아? 네 짐인 것을...

다만,
같은 무게의 짐을 지더라도 나눌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자존심 상해도 나눌 줄 알면 되고
그 나눔에 대해 잊지 않으면 되는거야.
세상 모든 일이 동일한 가치나 방법으로만 해결되는건 아니잖아.
('쪽팔림은 순간'이라는 말을 기억해줬으면...)

조금은 더 살갑게, 더 정성껏 들을 수 있었을텐데 혹시라도 그러지 못했다면 이해해 주기 바래.
그리고, 언제나 씩씩하게 소리 지르는 호랑이가 가장 호랑이 다움을 잊지마.
그게 본래의 네 모습인데 감추거나 가리지 마.
사람은 있는 모습 그대로 보여주고 그렇게 인정 받는게 가장 가치 있다고 봐.
적어도 나에게는...

항상 네 편임을 잊지마~
언제나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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