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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하나 패밀리

나 어릴적#2-2



아마 여동생이 태어나기 전, 돐을 갓 넘긴 나이 같다.
2살 터울의 형이 곁에 서 있고 사진관 의자에 앉아 그나마 전방을 응시하고 있다.
(사실 오래된 흑백사진을 스캐닝하고, 온라인 포토 사이트에서 액자도 둘렀지만 원래 사진의 느낌은 무척 정겹다.)

겨울인지 두꺼운 옷을 입은 형의 얼굴은 여지없이 제일 큰조카 지윤이의 어릴적 모습이 그대로 보인다.
조물주의 선택은 항상 그렇게 내려가나부다. (지윤이는 좋거나 싫거나 동의해야만 할 것이라는 사실!)

2살 터울 밖에 나지 않는 머스마들이란 늘 그렇듯 치고 박는 시간의 연속이었다.
사진속의 나는 작고 어리지만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잘 먹었던 나는 어느새 형보다 몸집이 커졌고
(지금은 키도 몸무게도 비슷하겠지만) 똥고집스러운 면이 많아
성격이 나와는 전혀 다른 형과는 심심하면 충돌했으니...
몸에 열이 많아 겨울이면 창문 열고 자는 게 더 좋았던 나에 비해
심심하면 감기 걸리던 형은 늘 두텁게 옷을 입으면서도 따뜻한 상태를 좋아해서 내가 열어놓은 창문을 계속 닫고...
어찌 싸우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또, 어떨 때는 TV를 볼때, 코메디나 쇼 프로를 보기만 원하는 형과 퀴즈, 다큐멘터리 등 교육적인 것을 더 선호하던
서로의 기호 때문에 치고박고 싸웠으니....
계집애들 같으면 그냥 욕하고, 떠들며 울다 머리채 쥐어뜯고 말테지만
그 싸움의 방식 또한, 여느 머스마들과 다르지 않게 폭력적이었으니
한창 TV에 나오던 김일, 여권부 등의 레슬링을 그대로 흉내내며 결국엔 내가 이겨야 직성이 풀리곤 했다.

그러나, 내편은 옆에서 같이 울어주던 여동생 밖에 없었으니 그 억울함이란...
(자칭 차남 콤플렉스...엄마는 항상 형 편만 들고 나는 언제나 뒷전이다...라고 칭한다)
내가 잘했거나 아니거나 상관없이 어느결엔가 형과의 싸움은 시들해졌고 그와 동시에 형을 기피하기 시작했으니...
그런 충돌 및 마주치는 것에 대한 회피는 내가 대학을 졸업하고 형의 결혼시기에 가서야 진정이 되었는데
저금통장에 푼돈 밖에 없던 나에 비해 형의 통장에는 엄청난 돈이 들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 나서
그제서야 , '아, 장남은 장남이구나'하고 인정하게 된 것이었다.

나중에야 안 것이지만,
나는 용돈을 받으면 그 한도내에서 공책과 연필도 사고, 과자도 사 먹고 했는데
형은 받은 용돈은 그대로 저금하고 공책,연필, 과자 등 모든 것을 엄마에게 다시 받았으니 나중에 차이가 날 수 밖에...

어쨌거나, 형은 지금 중3과 초6을 둔 딸기아빠로 햇볕 잘 드는 높다란 아파트에서
숟가락 들고 조카들을 윽박지르며 코메디와 쇼 프로그램을 여전히 즐겨보고 있다.
간 수치가 높아 병원도 오락가락하던데 건강하게 잘 지내기를...
지난 설에 가보고 아직 가지 못했는데 또 면목이 없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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