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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하나 패밀리

나 어릴적#2-1

엄마품에 안긴 동생이 아직 젖먹이인 것으로 보아 아마도 1971년쯤 된 것 같은데
사진 속 젖먹이는 이미 중학생의 엄마가 되어 버렸다.
지금은 조카들도 사진 속 형제들보다 나이가 더 많아 이 사진은 그야말로 골동품이 되어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래서 더욱 이 사진이 좋다.

사진 속에 입고 있는 저 스웨터를 무척 좋아했는데 아직도 그 털실의 느낌과 빨강파랑 알록달록한 무늬가 선명하다.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신기하기만 하다.)
저 스웨터 때문이었을까?
난 나이를 먹으면서도 옷장 속에 여러벌 있을 만큼 털실로 짜여진 니트류를 좋아한다.
현재까지도 아껴 입는 가장 대표적인 것은 1995년쯤에 산 것이니 무려 15년 가량 입고 있는 것이다.

아버지 무릎에 앉은 나는 어린시절, 무척이나 아버지를 좋아했다.
아버지에게서는 보통의 경우, 담배냄새가 났는데 그 냄새가 그다지 싫지 않았고
항상 아버지와 어머니 틈에 누워 아버지 턱수염을 만지며 잠들었다.
(싫어하시지 않았다고 기억되지만...혹시라도 미워하셨을지도 모르겠다. ^^)
한참 자다가도 잠시 깰 양이면 다시 턱수염을 쓰다듬어야 잠이 들 정도였으니...
그러다, 자칫 엄마의 턱을 만질 때면 스스로 놀라 깨곤 했다...^^
그런 아버지는 이젠 70대 노인이 되셨고 내 걱정에 항상 근심이 많으시다.

어머니는 종종 시장으로 장사를 가셨는데
내 기억으로는 복숭아도 파셨던 것 같고, 중학생 무렵에는 집에서 재배한 피마자잎도 내다 파셨다.
그럴 때면 대부분 내가 시장까지 동행하며 들어 드렸고, 늦게라도 오실 양이면 항상 시장까지 가서
엄마와 함께 집에 갈 시간을 기다리곤 했다.
그런 기억이 있어서인지, 아직도 장터를 좋아하고 그 북적북적한 움직임에 설레이며 호기심이 발동한다.
또한, 어머니들이 무거운 것을 들고 가는 것을 보면 왠지 들어주고 싶어지기도 한다.
시장에 간다고 하시지도 않았는데 집에 안 계시면 어찌나 걱정되고 서운하든지
중1정도까지도 운 기억이 있다.(물론 아무도 모른다.)
그런 어머니도 아버지와 같은 세월 속에 할머니가 되어 버리셨다.

아~ 나는 이미 사진 속 아버지 나이를 훌쩍 넘겼는데 나는 아직 혼자다.
슬프다.
혼자인 현실보다 그로 인해 가족사진을 찍을 조건이나 명분이 제대로 성립하지 않는 탓이다.
어쩌면 중학생인 조카들이 할아버지, 할머니와 찍는 처음이자 마지막 전체 가족사진일지도 모르는데...
조카들도 많이 자랐으니 정말 날 잡아서 모두 모여 새로운 가족사진을 찍자고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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