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antum Apocalypse 퀀텀 아퍼칼립스
directed by Justin Jones
2010년 2월14일에 미국 현지 방영된 TV SF 재난영화.
화성쪽으로 향하던 혜성에서 떨어져 나온 파편이 뭔가에 의해 지구로 들어오면서 후폭풍을 일으키고
우주에서 생성되어 지구로 다가오는 웜홀에 의해 모든 것이 빨려 들어갈 위험에 처하게 된다는 내용.
영화에서의 음악이 역할이나 효과는 어떤 것일까?
기쁘거나 슬플 때의 감정을 더욱 증가시키기도 하고, 긴장이나 공포를 증폭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볼 때
이 영화는 그런 '친절한' 음악의 남발로 똘똘 뭉쳐있다.
어쩌면, 'DJ가 미리 선곡해 두고 자리를 비운' 것 마냥 시도때도 없이 계속되는 정도에까지 이른다.
그렇다 보니, 영화에서의 음악의 역할은 차츰 짜증나는 것이 되어 가고
제작자가 강조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음악으로 알리고자 하는 주목적이 무엇인지 알 수도 없게 된다.
결국, 음악은 필요한 본래의 목적을 상실하고 소음공해 수준으로 내려앉아 버리는 것이다.
그나마, 이야기 전개나 갑작스럽게 진행되는 긴박한 상황은 그럴싸하다.
우주에서 궤도를 그리며 나아가던 혜성이 갑자기 지구로 돌진하며 피해를 주고,
저멀리에서부터 오는 그 무엇인가가 남북극을 무력화시키며 시공간은 물론 중력까지도 빨아들일 것이라는 가정은
대단한 과학상식이 없어도, 지구종말의 대재앙을 예상하게 해 준다.
그런데, 정작...영화에서는 지진과 해일, 토네이도가 오거나 해도 언론의 움직임이나 정부의 발표 같은건 없다.
국민들은 그저 하늘에 나타나는 오로라와 도로가 무너지는 지진 등을 보며 의아해 할 뿐이고
정부는 특별한 대책이 없는 지경에 이르러서야 '집안에 있으라'며 대통령이 연설한다.
관객이 아니었다면 그런 정부에 대해 큰일 냈을지도 모르겠다.
또, 트리쉬[Gigi Edgley]가 천재 과학자이면서 로커rocker인 것은 설정이나 취향의 문제이니 상관할 바 아니지만,
문제에 대한 설명도 부족하고, 자신이 하는 일과 역할이 무엇인지 잘 알지 못하는 것을 넘어
얼굴표정만으로 소화하려 하다보니 전혀 다급하거나 심각해 보이지 않고 과연 제역할을 할지 걱정되더니
종국에는 남의 결과물로 문제해결해 버리는 '알록달록' 무용지물 흡연자가 되어 버리고 만다.
그것뿐만 아니라, 직업이 시장[Randy Mulkey]과 경찰인 부부는 도대체 왜 그 직업인지 자꾸 궁금하게 만든다.
문제해결의 열쇠를 쥔 테리[Rhett Giles]를 휴스턴으로 데려 가기 위해 설정된 것이거나 권총을 건네주기 위한 것일 뿐
그에 맞는 제대로 된 역할행동은 없다.
극본이나 연출이나 덜 떨어지기는 마찬가지인 셈이다....
게다가, 누가 재난영화 아니랄까봐 가족간의 사랑이 투철하신 헐리우드 양반들은
해가 떨어졌는데도 눌러 앉아 있다가 토네이도가 오는 시점에서야 부모생각에
아무도 없는 집으로 돌아가려 하고, 피난처에 가서 다시 부모를 떠올리며 우는 예쁜 린지[Kristen Quintrall]를 배치한다.
그런데, 아무리 극지방의 자성 때문에 전자기기들이 이상을 보인다해도 연락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 막강 孝를 보이고,
'용감하기' 그지없는 레오[Stuart Lafferty]는 남의 집에 무단침입한 션에게,
경찰인 새엄마[Stephanie Jacobsen]가, 꺼내기 전에 '먼저 생각하라'던 권총을 꺼내들고는 그에게 겨눈다.
요즘 권총은 그 정도의 '생각' 값어치 밖에 없는 물건인지 모르겠고,
애석하게도 영화가 끝날 때까지도 린지는 부모와의 재회는 커녕 연락조차 하지 못한다.
약간의 CG로 그나마 무난하게 흘러가던 영화는 결국 이런 식으로 본론과 상관없이 힘을 잃더니
'알아서 굴러 들어온' 자폐증 테리가 문제해결을 어떻게 했는지에 관한 설명도 들을 필요없이 그의 컴퓨터만 빼앗아
서둘러 영화를 마무리한다.
그리고는 관제센터에서 오간 얘기처럼 웜홀을 되살리고는 시간을 거꾸로 돌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며
(왜 영화의 첫 도입부로 가는지 아무런 이유도 없이) 끝내버린다. 뭥미?
나름 재밌게 만들려고 CG까지 보태며 노력했지만 정작 중요한 것들에서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하며
재난 없는 재난상황 영화가 되어 그저 그런 시간때우기용으로 전락해 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