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보는 세상/아포리즘

어머니, 당신은 그렇게 허리 숙여...

©somachoking 마쵸킹® 2009. 6. 1. 17:33

어머니,
당신은 그렇게 허리 숙여 무엇을 캐고 계십니까?
얼굴은 보이지 않아도, 저멀리에서부터 오는 당신을 보았습니다.
광주리 하나를 당신의 짐 마냥 질끈 동여매고 그렇게 오셨습니다.
아직 채 물이 다 빠져나가지도 않은 갯벌을 당신을 그렇게 기다리셨겠죠.
질퍽거리며 당신의 걸음을 붙잡을 그 갯벌을 당신이 매일 그렇게 나오셨을 줄 압니다.
그렇게, 그렇게 당신의 아들딸을 키우셨으리라 짐작해 봅니다.

어머니,
당신이 계신 그곳은 바닷물이 밀려나간 아까부터 그대로 당신 혼자이셨습니다.
뒤늦게 오신 분들은 누구도 당신처럼 그 갯벌에 계시지 않았습니다.
당신은 홀로 어이하여 계속 그곳에 머무십니까?
당신이 딛고 계신 그 곳은 바다이며, 질퍽한 갯벌입니다.
당신이 딛는 한걸음 한걸음이 렌즈 속에서는 가볍지만 실제적인 그 무게는 엄청날 것이라 생각해 봅니다.

언젠가는 멈춰질 그 걸음,
당신의 그 걸음으로 인해 당신의 아들딸, 아니 이땅의 아들딸들은 당신께 고마워하며
그렇게 내일을 만들어 갈 것이고, 그것이 이땅의 미래를 만들 것입니다.
당신이 흘리고 계신 땀 한방울,
당신이 걸어가신 그 발걸음과 그 길을 기억하며 당신께 무한한 감사를 드립니다.

그늘진 곳에서 시원한 바닷바람 맞으며 당신을 보고만 있는 또다른 아들을 용서하십시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