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보는 세상/아포리즘

건강에 대한 감사

©somachoking 마쵸킹® 2009. 5. 23. 01:28



오랜만에 TV채널을 돌리다 멈췄다.
나레이션 다큐멘터리...비슷한 형식으로 우리 주변의 사람들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었는데
뇌종양으로 암투병 중인 13살 소녀와 그 어머니를 보여주었다.
졸리는 가운데 눈물을 찔끔거려 가면서 보았다.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가만히 보니 슬픈 내용은 자꾸만 회피하고
즐겁거나 활동적인 것들만 자연스레 선호하게 되는데 아마도 현실도피성 위안책이 아닐까 한다.
하지만, 좋은 점도 있다.
혼자만의 시간으로 '나도 아직 눈물이 있구나'하는 생각도 하게 되고,
나역시 인간임에 슬픈 사연들에는 같이 공감하게 되는 것이니...

커져만 가는 종양과 항암제에 싸워야 하는 아픈 어린 생명,
그런 어린 자식을 눈 앞에 두고도 맘껏 대화조차 할 수 없고,
눈을 제대로 뜨지도 못하고 손발 또한 맘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것을 지켜봐야 하는 부모의 고통.
그래서인지, 한창 이뻐보이고 싶고 발랄해야 할 13살 생명이 '그만 보내달라'고 했다는 말에는
나역시 눈물이 나지 않을 수 없었다.

건강하게 산다는 것.
약간 모자라도 좋고, 못나도 좋은데 다만 건강했으면...하고 모두가 바라다가
정작 건강함 속에 있을 때는 그 소중함을 까맣게 잊은 채 지내고,
아무도 모르는 사이 병에 걸렸음을 알게 되면 그때서야 건강의 소중함을 다시 생각해 내고...
인간이란 어쩔 수 없는 이기적인 동물인가.

수년전, 심장병어린이돕기도 하고, 청소년 멘토링 프로그램에도 참여하는 등 자원봉사를 했었는데
어느새 마음만 남아 있지 실제로는 아무것도 하는 것이 없는 근년.
조금더, 일부러, 내 건강과 내 활동성에 대한 감사를 주변에 있는 그렇지 못한 이들과 나누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가장 먼저,
떨어져 있다는 이유로 전화조차 자주 하지 않는 그런 불효자식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고,
함께 할 시간은 적을지라도 계속 관심과 애정을 기울여야 할 형제와 조카들도 다시 챙기고,
나는 그나마 가지고 있음과 함께 나눌 수 있는 것들에 대해 감사하며
1분1초, 매시간 그리고 매일을 살아야 할 것이다.

시한부 선고 2년이 넘었어도 아직 계속 투병중인 그 소녀(손재희)가 기적처럼 일어나길 기원하며...
늘 보던 산과 그 길이지만, 눈 내리고 안개마저 낀 날에는 아주 신비스런 분위기가 된다는 사실을 기억하며...
그런 모습을 건강한 내 발로, 내 눈으로, 내 손으로, 걸어, 보고, 담을 수 있음에 감사하며...

※ 암투병중이던 손재희양은 2009년 7월31일, 그렇게 짧은 생을 마감하고 저세상으로 갔습니다.
    어린 재희가 다음에는 꼭 건강한 아기로 태어나 행복하게 살 수 있기를 기원하며 명복을 빕니다.
    http://www.newsen.com/news_view.php?uid=20090801093807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