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픔에 못 이겨 찾아간 토담골추어탕집.
겨울 등산화 대용의 워커를 벗기가 싫어 비닐장막으로 둘러싸인 연탄난로가 켜진 바깥에 자리잡았다.
친절한 아주머니의 서빙에 힘입어 미꾸라지갈매운탕과 돌솥밥을 배불리 먹고
주인장이 직접 담근 유자차를 마셨다. (이럴때 프림 든 커피보다는 단연코 우리차가 좋다.)
오가는 차량들의 불빛과
건물을 감싸고 켜진 전구들,
그리고, 철사로 둘러친 전등...
그 속에서 마시는 깊고 진한 유자차는
단순한 유자차가 아니라 마치 솔잎차의 향을 품은 것이었고 그것을 머금은 잔 또한 운치있었다.
우리의 막사발을 임진왜란 때 왜넘들은 다완으로 썼다지...
막사발은 막사발이어서 좋고,
홀로 즐기는 여유로움은 내맘에서 우러난 것이라 더욱 좋더라...
입술로 부드러움을 느끼고, 입속에서 혀로 굴려 느끼는 그 맛...
유자밭에 들었다가 솔잎 속에 풍덩 빠진 느낌이라 결국 한잔을 더 청해 마시고 나왔다.